정부가 말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동물복지 강화를 위해 본격적인 제도 개선에 나선다. 농림축산식품부는 30일 ‘2025∼2029 말 복지 제고 대책’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말 보호모니터링센터’ 설치와 ‘말 의무 등록제’ 법제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국내 말 산업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잇따른 말 학대 사례로 사회적 우려가 커지면서 마련됐다. 농식품부는 “지금까지는 말 복지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이 부재했으나, 이번 대책을 통해 제도적 틀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학대 감시와 구조 기능을 담당할 ‘말 보호모니터링센터’의 신설이다. 이 센터는 전국 말 사육시설을 대상으로 학대·방치 신고를 접수하고, 필요시 구호 및 재활 지원까지 수행한다. 아울러 말 학대 신고에 대한 사례금 지급 제도도 함께 도입해, 감시망을 보다 촘촘히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기존의 자율신고 방식이었던 말 등록제도는 내년부터 법제화를 거쳐 의무화된다. 등록된 말에 대한 전 생애 주기 관리를 가능하게 하려는 조치로, 말의 성장 단계별 맞춤형 지원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말 복지를 강화하기 위한 기술적 지원도 병행된다. 정부는 말의 성장단계별 표준 사양 관리 매뉴얼을 개발해 말 사육자들에게 보급하고, 퇴역 경주마의 승용 전환 및 부상 경주마의 재활을 지원할 계획이다.

복지 수준이 우수한 시설에 대해서는 ‘말 복지 인증제’를 통해 정부 지원사업 우대 혜택을 제공하며, 복지가 미흡한 시설에는 현장 컨설팅과 기술지도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산업 전반의 복지 수준을 상향 평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인적 자원 분야에서도 변화가 예고된다. 조련사와 재활승마지도사 등 말 관련 자격시험에 ‘말 복지’ 과목이 신설되며, 복지 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인력은 향후 정부의 말산업 육성 지원사업 참여에서 배제된다.

정부는 이 같은 정책을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 한국마사회, 말산업 종사자, 동물보호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한다. 협의체에서 도출된 의견은 차기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에 반영해 정책으로 구체화될 예정이다.

말은 산업적 자산일 뿐 아니라 생명체이기도 하다. 이번 대책은 동물복지와 산업육성을 함께 아우르려는 정부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첫 포석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