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세영, 대한민국의 경마 팬이라면 절대 그 이름을 모를 수 없다. 올해 은퇴가 예정되어 있는 `경마 대통령` 박태종 기수의 기록의 발자취를 따라 나아가는 `경마 황태자` 문세영 기수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경마 역사상 최고의 기수 중 한 명이며, 그 사실에 대해 누구도 이견을 표출할 수 없다.

문세영 기수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그가 안장에 오르는 마필은 부담중량과 게이트 번호, 조교사와 마주, 그 어떠한 요소와 관계없이 한 자릿수의 단승식 배당을 부여받게 된다. 예시장에선 문세영 기수의 입상과 우승을 확실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경마 팬들은 후착이 예상되는 마필에 오른 기수들에게 전략적 응원을 더한다.

물론 문세영 기수가 기승했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마필이 무조건적으로 불리한 전개를 타파하고 유리한 전개를 가져가며, 직선주로에서 후미와 거리를 벌려 우승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마 팬들은 그 불확실성 속에서도 문세영 기수가 결과를 조율할 수 있는, 특정한 인과율을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을 지녔다고 믿는다. 그 믿음을 이끌어내는 것은 문세영 기수가 지닌 또 다른 존재 가치다.

작년 이맘때즈음 통산 1900승을 달성한 문세영 기수는 1년 채 되지 않아 또다시 통산 우승 달성의 순간을 앞두게 되었다. 문세영 기수는 3월의 네 번째 경마시행주간동안 기승정지 처분으로 인하여 출전하지 못했지만, 다섯 번째 시행주의 `루나 스테이크스(L)` 출전 전 5회의 기승기회가 주어졌다. 통산 2000승 달성까지 단 4승을 남겨놓은 만큼 그가 기승하는 마필들에겐 경마 팬들의 기대가 쏠렸다. 그럼에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고, 문세영 기수 스스로도 우승을 확신할 수 없었던 편성이었다.

하지만 경마 팬들의 기대는 문세영 기수의 자굴지심보다 컸고, 기승 마필들은 그 기대에 부응하기 시작했다. 2025년 3월 29일 토요일, 서울경마에서의 첫 번째 경주에서 호흡을 함께한 `올누트`는 골절과 오랜 휴양 끝에 복귀전에서 우승을 거머쥐는 드라마틱한 면모를 선보였고, 네 번째 경주에서의 `왕최고`는 아쉽게도 그 이름과는 다르게 10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그 이후로 이어진 세 개의 경주는 말 그대로 돌풍처럼 불어닥친 우승의 연속이었다.

문세영 기수는 `영원빅맨`, 그리고 `리얼딜`과 함께 정석적인 선입 전략과 더불어 마필의 근성을 끌어올리는 특유 강단 있는 말몰이로 경합 끝에 우승을 거머쥐었다. 토요일 마지막 기승이었던 9경주(혼4등급, 1800M)에선 `벌교의스타`와 호흡을 맞추며 빠른 선행으로 페이스를 주도, 후미와 6마신의 차이를 벌리며 우승했다. 그저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그 우승은 무려 2000번째 우승으로, 대한민국 경마 역사상 두 번째로 이룬 기록이었다.

문세영 기수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 오늘 운 좋게 왔다"라며 조금 무덤덤한 느낌이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고, "경마 팬들이 있기 때문에 저희 기수들이 있는 것이고, 덕분에 저희 기수들이 끊임없이 퍼포먼스를 보여드릴 수 있다"라며 경마 팬들에 대한 감사 인사를 덧붙였다.

통산 2000승을 달성하며 한국경마의 또 다른 역사를 쓴 문세영 기수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 보기 좋은 모습에 좋은 일이 많지 않을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라고 소감을 밝힌 만큼 계속해서 기승 활동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 동안 100회 이상의 우승을 거머쥔 `경마 황태자` 문세영 기수는 앞으로도 그 이명에 걸맞은 기승술을 경마 팬에게 선보이며 한국경마의 역사를 써내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