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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신사(77) - 슈트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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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화랑에 서 있을 때, 백화점 꼭대기 층 은은한 향이 풍기는 전용 화랑에 서 있을 때, 당신은 또 하나의 그림이 되어 회전하며 조명을 받으며 마침내 여인들의 쇼핑목록이 되어간다. 여인들은 애초에 작정한 쇼핑을 끝냈다. 20만 원 대의 아이 옷을 사고, 남편 거로는 석 장에 2만 원 하는 기획상품인 와이셔츠를 골랐다. 본인 거로는 주름개선, 피부부활의 기능성 화장품을 선택하였다. 땅이 좀 있는 시아버지 거로는 껍데기가 그럴싸한 건강식품을 50퍼센트 할인가에 샀다. 유럽산 치즈와 호주산 쇠고기도 한 팩 씩 구입하였다. 우... More >> 2011.10.08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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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해 성사 (윤한로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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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 성사 윤 한 로 처음엔 한 평짜리 좁은 그곳이 싫었습니다 제겐 그곳이 이 세상에서 가장 어둡고 괴로운 곳이었습니다 온갖 사람들의 온갖 죄 때문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뛰쳐나오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그곳이 언제부턴가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곳이 되었습니다 온갖 사람들의 온갖 아픔 때문에 그렇게 밝고 성스러운 곳으로 바뀔 줄이야 미처 몰랐습니다 이제 저는 한 평밖에 안 되는 좁은 그곳이 정말 좋습니다, 외롭지 않습니다 이따금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눈물을 글썽이며 강론을 ... More >> 2011.10.01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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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신사(76) - 물질만 가지고는 모자라는 게 여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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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녀를 헌팅하기 좋은 또 하나의 장소는 화랑처럼 문화적인 냄새를 피우는 곳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남녀의 우연한 만남이 화랑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하겠다. 화랑은 일단 공인된 곳이며 여러 사람이 드나드는 공개적이고 객관적인 공간이다. 그러나 거기에 들어서면 뭔가 공유의 느낌이 밀려온다. 그것은 벽에 내걸린 한 점의 그림에 대한 공통된 해석이나 공감이라기보다 화랑 전체를 싸고 도는 문화적인 것에 대한 서로의 취향에 대한 존중과 관심이다. 취향은 다르더라도 각자가 문화에 대... More >> 2011.10.01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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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가락이 닮았다 (윤한로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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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이 닮았다 윤 한 로 하수구 노깡 밖으로 불쑥 삐져나온 듯 발아 오늘도 종일 수고했다 우둘투둘 진초록 땀 밴 애개개, 모기에 몇 방 물린 이 소도둑놈아 꽉 막혀 실그러지고 삐그덕거리고 아직도 바퀴가 되지 못한 영원한 두 줄기 아날로그 발이여 떠도는 뿌리여 옹기종기 슬픈 발가락들 재미있게 닮았구나 * 발가락이 닮았다 : 1930년대에 발표한 김동인의 단편 소설 제목 시작메모 진종일 낡은 랜드로바가 꽉 물고 있던 발을 꺼낸다. 어루만진다. 깊은 한숨과 땀 ... More >> 2011.09.25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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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신사(75) - 네 가지 불길을 내뿜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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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스쳐 지나가는, 도시 싱글남의 모습을 비춘 당신은 이제 하나의 인상을 도도녀에게 남기게 되었다. 남자라면 마트건 골목이건 우연히 부딪친 한 여인에 대해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두지 않는 편이다. 순간적으로 성적인 자극을 받거나 뒤태가 어떤가 한 번 돌아보는 정도일 것이다. 아니면 ‘저 여자를 어디서 봤더라’ 고심하게 되는데, 너무 고심하지 말라. 동네서 오다가다 부딪친 얼굴일 뿐이다. 분명히 아는 얼굴인데 상대가 아는 척 해오지 않는다고 당황해 하지도 말라. 그녀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하키 선... More >> 2011.09.24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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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신사(74) - 만인의 연인보단 한 여인의 연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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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당신과 도도녀의 만남이 대형 마트에서 전격적으로 이루어지며 남녀의 역사란 것이 시작되어야 하는가? 그건 아니고 당신은 다만 마트를 끌고 조용히 퇴각할 뿐이다. 그럼으로써 하나의 인상, 당신이라는 존재의 여운이 여인의 뇌리와 심장에 파장을 일으키며 무릇 여인을 당황하게 하는 것이다. 여인이란, 대체로 도도녀이건 순정녀이건 사람의 마음속에는 뭔가 불가사의한 게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몇날 며칠을 마음 속에 뭐가 있다고 들여다보고 확인해 보고 만져보고 요모조모 뜯어보고 들어도 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하여... More >> 2011.09.17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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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경이 (윤한로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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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경이 윤 한 로 퉤퉤 배알이 꼴려 길바닥마다 지천으로 일어섰다 공주 명학소 고리나 짜는 순 쌍놈 마을 거기 망이 같은 풀 망이 동생 망소이 같은 풀 찌르는 뙤약볕 속 짓눌리고 밟혀도 질기디 질겨빠져 지랄 같은 풀 개망나니 같은 풀 나는 족족 끝까지 살아나리 푸릇푸릇 죄, 거스르리 꽁보리밥 한움큼 곱삶아 움켜먹고 짚신에 감발에 베두렝이 한자락 떨쳐입고 시작 메모 옛날 고려 적, 공주 명학소 고리 백정 마을 망이와 망이 동생 망소이가 떨치고 일어났다. 천민으로 살다 살다, 참... More >> 2011.09.04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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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신사(73) - 아무것도 없는 남자의 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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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녀가 남자를 느끼는 건, 단순한 포착이 아니다. 여자가 남자의 외양에서 슈트 이름과 시계며 넥타이며 구두며 기타 걸치고 있는 것의 국적과 그 제품명을 순식간에 파악하는 건 초보적인 인식에 불과하다 하겠다. 그러한 물품들의 외피를 꿰뚫고 본질에 다가가려는 여성의 심안은 오랜 세월 유전적으로 축적되어 온 것이다. 남자의 허세를 뚫고 실질적인 실체, 그러니까 여성에게 뭘 실질적으로 부여할 수 있나 하는 데에 대한 파악은 가히 섬광과도 같다 하겠다. 도도녀가 마트에서 물품을 고르면서도 뒤에서 느껴지는 어떤 존재... More >> 2011.09.03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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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묵중 (윤한로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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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묵중 윤 한 로 꿍 하는 눔에 떵 하는 눔에 아니야아 하는 눔에 그래애이 하는 눔에 싱둥겅둥 뛰는 눔에 조곰조곰 앉는 눔에 돌단돌단 도는 눔에 달각달각 찧는 눔에 띵고랑깽고랑 부르는 눔에 넘노라낸다넘노라낸다 추는 눔에 치세치세 치는 눔에 매세매세 매는 눔에 아, 여차여차 가는 눔에 아, 저차저차 오는 눔에 찌긋째긋 엮는 눔에 울룩줄룩 망할 눔에 우악스레 착한 눔에 옌장젠장 떫은 눔에 킥킥캑캑 우는 눔에 흥글항글 웃는 눔에 시작 메모 탈춤 속 묵중들 정말 좋단... More >> 2011.08.28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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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신사(72) - 여자에게 마트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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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녀가 왜 마트에 가 있는지에 대해 물어보는 어리석은 남자들이 있다. 마트란 여자들에겐 집 다음으로 친숙하고 또 장시간 머물게 되는 곳이다. 그 외양으로 보자면 거대한, 그러나 그다지 높지는 않고 상당한 면적에 쇼핑객의 자유로운 이동과 폭넓은 시야가 확보되어 있는 그러한 공간이다. 이는 다량의 물건들을 다양하고 빠짐없이 비치하고 동시에 쇼핑객들 특히 여성 쇼핑객들의 동선확보에 신경을 써서 설계된 것이다. 대체로 지하를 포함하여 4,5층을 넘기지 않는 거로 유명한 마트는 또한 상당한 면적의 주차장을 확보하고... More >> 2011.08.27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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