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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하아파트 (윤한로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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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아파트 윤 한 로 백만 도시를 뒤틀던 애물단지 아침마다 팔다시일 버스를 타면 고가도로 옆 은하아파트 거기서 꼭 막힌다, 온통 수십년 수령의 자잘한 실금 뿌리들 엉킨 벽 이마 위 겨울 하늘로 전깃줄 뭉텅이가 흐르고 저층에서 우러나던 그 깊은 힘 뒷심 한번 좋더니 버티다 버티다 마침내 헐리누나 철공소 쇠를 깎고 용접을 하고 짜장면을 배달하고 화장품을 팔고 치킨을 굽고 개소주를 짜고 운전을 하고 번쩍번쩍 빌딩을 닦고 더러는 하염없이 놀고 끽, 두메산골 보리 열 가마 거두는 농사꾼네 ... More >> 2012.12.30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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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신사(135) - 감독과 여배우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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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의 동영상 제작자가 예술가의 시대적 책무에 대해 고뇌할 때 우리의 고대해양은 수삼 한 뿌리를 먹으며 그 깊은 맛을 음미하고 있었다. 남자는 그녀의 침묵을 그의 고뇌에 대한 동의로 참을 수 없는 동지의식으로 해석하였다. 예술가는 그의 고귀한 작업에 대해 알아주는 단 한사람이라도 있을 때 나락으로부터 절망으로부터 궁핍의 고통으로부터 구원의 한 줄기 빛을 발견하는 법이었다. 남자는 고대해에게서 그러한 구원자의 모습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그녀의 침묵에서 위로를 받았다. “예술은 먼 길을 가는 낙타의 고행에 흔히... More >> 2012.12.22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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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 (윤한로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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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윤 한 로 한 개의 다리는 다른 두 개의 다리를 꿈꾸고 또 한 개의 다리는 또 다른 두 개의 다리를 꿈꾸고 다시 또 한 개의 다리는 다시 또 다른 두 개의 다리를 꿈꾸고 그러므로 서로가 서로를 열렬히 꿈꾸는 세 개의 딱딱한 다리 삼발이 의자 위에 턱, 걸터앉아 떠날 줄 모르는 슬픈 궁뎅이 시작 메모 대학교 때 삼발이 의자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시를 한편 썼는데 몇십년 만에 그 시를 다시 떠올렸다. 어렴풋하지만 ‘다리가 꿈꾼다’고 한 것만은 ... More >> 2012.12.22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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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명 시인 (윤한로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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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시인 윤 한 로 떨어지고 나니까 깨지고 나니까 시가 쓰고 싶어졌다 인생은 가슴 뭉클 더 깊어졌다 그렇구나, 시인이 굳이 대학에 가야만 하는가 대학원을 나와야 하는가 비를 노래하고 바람을 노래하면 그뿐 개똥 골목 길 나무를 노래하고 새를 노래하면 그뿐 꾀죄죄한 절망과 희망 하냥 사랑하고 또 미워하면 됐지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짝퉁 츄리닝 속 허여멀건 멀대 목 파묻으면 됐지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으면 됐지 긴긴 밤 와룡생 무협지도 끝이 났어라 밀려오는 대미의 진한 허무 씹고 또... More >> 2012.12.15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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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신사(134) - 저걸 왜 자꾸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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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부족하다, 예술 앞에서는..... 참 오랜만에 참소리를 들어보는 것 같습니다. 사실이고 진실인데도 잊고 있었다고 해야 하나, 애써 외면하고 살았다고 해야 하나, 상업주의와 대중영합주의의 큰 흐름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양떼들에게 내리는 일침이라고 봐야겠죠. 새삼 부끄럽기도 하고 어쩜 새로운 기운을 얻는 것 같기도 하고...” 고대해가 한 말에 대해서 이토록 긴 말을 늘어놓는 동영상 감독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는 마치 자신 속의 예술가를 그녀가 불러주었다는 듯, 참된 예술가의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More >> 2012.12.15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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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신사(133) - 누구나 부족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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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좀 그렇네요.” 고대해가 입을 열어 한 말은 영화에 출연하겠다. 안 하겠다가 아니라 제목에 딴지를 거는 거였다. 동영상 감독은 고대해가 가타부타 다른 말없이 제목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곤 긍정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이고자 했다. 영화 출연에 대한 관심은 있다, 그러나 제목은 바꾸는 게 어떻겠나. 이런 뜻이 아니겠나 나름대로 정리하였다. 사실 제목은 매우 중요한데 개봉 시까지는 수시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개봉보단 본격적인 홍보가 시작되기 전 결정을 해야 하고, 그 제목으로 한 번 홍보가 나가면 그 제목으로 가야... More >> 2012.12.08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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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신사(132) - 할 거요? 말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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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고대해님과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감독의 전격 선언에 대해 고대해는 눈을 끔벅끔벅하다가 “뭘 함께해요?” 하고 실소를 하고 말았다. 참으려 했으나 참지 못하고 만 것이다. 근데 그럴 만했다. 함께 하기로 했다는 등 감독이 일방적으로 자기 얘기만 늘어놓았던 것이다. “저는 지금 첨 듣는 얘기인데요?” 고대해가 말하자 감독은 “그래서 지금 제가 제의를 하고 있는 겁니다. 저의 차기작에 출연해 주십사 하고요.” “그 누가 이 여자를 두려워하지 않으랴? 에 말씀이시죠?” “네,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제목이... More >> 2012.12.01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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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과 (윤한로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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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 윤 한 로 큰 아무개 작은 아무개 사무실 창턱 위에 샛노랑 모과 두 개 그렇구나, 팔아봤자 돈도 되지 않는 주제들 눈도 없고 귀도 없고 입도 없고 울퉁불퉁 멍든 못난이 마음만 꼭 달라붙어 해질녘 산등성이 값싼 그리움 풍기네 진종일 기분 꿀꿀한 전자파 소용돌이 몽조리 빨아마시며, 잡아먹으며 시작 메모 가을이 되니 책상 위로, 창턱 위로 모과가 판을 친다. 올해도 운동장 모과나무가 풍년인가보다. 언젠가 좀 늙수그레한 윤리 선생님이 계셔서 대포 한잔 할 때면 “저는 누가 나를 미워... More >> 2012.12.01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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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신사(131) - 그 순간 저는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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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감독이 고대해를, 전작 `누가 남자를 두려워 하랴?`에 이은 야심의 차기작 `누가 그녀를 두려워 하지 않으리`에 출연시킬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건,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고대해에게 출연 제의를 하고 있는 거라고 봐야 했다. 그러나 생각이 곧 제의가 될 수는 없는 법, 감독은 여자라면 웬만한 연예인 지망생이라면 누구나 듣고 싶어하는, 목메어 기다리는, `주연 여배우로 출연해 주십시오` 라는 멘트를 해야 했다. “사실 저는 오늘 여기 오기 전부터 차기작에 대한 구성으로 머리가 꽉 차 있었습니다. 머리도 식힐 겸... More >> 2012.11.24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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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 (윤한로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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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윤 한 로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타고 하늘 위로 뿅 솟구치니 구름 밭 구름 성 구름 인간 구름 군대 구름 백만천만명 구름 대도시 구름 고향 구름 미루나무 느티나무 구름 길짐승 날짐승 온갖 구름 광경들 돼지 오장육부를 뒤집어 놓은 듯 아름답기 그지없어 전쟁 고함 승리 패배에 바다에 파도에 회오리에 거기서도 책을 읽고 길을 건너고 빵빵거리고 이마트에 가고 애들은 늘 지각을 하고 말을 안 듣고 선생님들은 다시 화를 내고 아아, 진실을 설교하는 스테파노와 성난 군중들도 있구나 빗발치듯 쏟아지... More >> 2012.11.24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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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 시간 (윤한로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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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시간 윤 한 로 얼굴 뽀얀 고은샘이 솜털 수염 빨면서 오늘은 또 무얼 생각할까 말똥말똥 시 생각하나 달 생각하나 둥근잎꿩에비름 생각하나 아니지 아니지 솜털 수염 고은샘이 수염 송송 빨면서 슬프고도 쓸쓸히 자기 수염 생각하지 아무렴 시작 메모 어렸을 적 테드휴즈는 들판에서 생쥐 따위를 잡으러 다니는 일을 좋아했다. 생쥐를 수십 마리 잡아서 주머니에 집어넣으면 나중에는 그놈들이 옷 속을 마음대로 기어다녔다. 이러한 생쥐사냥 열정이 나중에는 시로 건너간다. 테드휴즈는 시와 언... More >> 2012.11.17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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