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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한로詩)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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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윤 한 로 아침 달 병원 밥 십삼층 창 밖 오른쪽으로 크고 오랜 산 한 술 비린내 나는 숟가락 들어 뜨다 만다 고향 밥 다, 드서요 시작 메모 무심코 나오는 말들을 찾으려고, 주우려고 얼마나 힘썼던가. 그런데 그 힘 쓰면 쓸수록 말이란 놈은 얼마나 매정하던가. 왜 좀 기어 나오질 않는가. 주머니 속에 묵주기도를 바치며, 역전 노숙자들 발뒷꿈치를 보며, 개천 다리 밑에 담배 피는 여자애들 혼내며 졸작 ‘병원 밥’을 완성시키고자 했다. 그런데 정작 병원에서는 아무 것도 얻은 게 없다... More >> 2014.06.21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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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한로詩) 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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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윤 한 로 어디가, 성님 간만이구나 요한이가 길바닥에 동화책이랍시고 몇 묶음 내다놓고 팔길래 뭐랄까? 할매들 시장 모퉁이에 쑥갓이니 시금치 나부랭이니 팔드키 쓰라구 만원을 주자니 성인 같고 천원을 주자니 시인 같아 보이고 얼마를 줘야 하나 오천원을 주고 나니 내 맘 다 비운 것 같구나 일전에 개천 공공근로에 나갔다간 왜 또 유리조각을 밟아 다치지 않았다냐 비록 남들보다 덜떨어지지만서도 전례도 하고 복사도 서고 지역에 방범도 나가고 출석율 하나만큼은 백퍼센트라! 요... More >> 2014.06.14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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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신사(207) - 모범택시를 타고 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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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택시를 타고 가며 여배우 장화자를 일반택시에 태워 보내고 본인은 모범택시를 탄 영화감독은 이제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모범택시 기사는 하루종일 허탕을 치다 이제야 겨우 귀인 한 분을 모셨는지 정성을 다해 차를 몰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차를 잘 다뤄 손님이 편안하게 모셔지는 느낌이 들도록 하고 있는 거였다. 기사는 승객이 외국인 즉 일본인이나 중국인이 아닌 것에 상당히 놀라워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대한민국 사람이 모범택시를 잡고 일말의 망설임이나- 대다수 승객은 손짓으로 불러놓고는 막상 모범택시가 눈... More >> 2014.06.14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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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한로詩) 일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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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아이들 윤 한 로 새 쫓고 애기 보고 꼴 베고 쇠죽 쓰던 아이들이 새 쫓고 애기 보고 꼴 베고 쇠죽 쓰던 마음들을 순전히 새 쫓고 애기 보고 꼴 베고 쇠죽 쓰던 말로다 썼네, 삼십년 전 안동 시골학교 이오덕 선생님이 엮은 ‘일하는 아이들’ 케케묵어 너덜너덜해졌지만 책상 위에 놔두면 누가 훔쳐갈세라 가슴도 졸이며 읽고 또 읽던 천구백구십년도 삼천원짜리 작은 책 거기서 시를 알았고 머리 허얘 아직도 거기서 시를 배우네 기쁘게 시작 메모 엊그제 문 교장선생... More >> 2014.06.07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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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신사(206) - 참는 남자에게 복이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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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는 남자에게 복이 있나니 아무리 여자가 마음에 든다 할지라도 하루아침에 다 접수할 수는 없는 것이다. 40대의 영화감독이자, 거액의 복권에 당첨되어 주머니와 통장에 돈이 가득한 남자는 눈앞의 여자 즉 왕년의 여배우, 한 미모와 몸매 하는 장화자를 보며 우리의 인연을 길게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시간 한 번 내실래요?” 하고 미끼를 던져두었으니, 뭔가 돈냄새 비슷한 게 풍기는 남자의 제안을 그녀가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서쪽에서 귀인이 온다고 정초에 역학을 좀 전공했다... More >> 2014.06.07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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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신사(205) - 밤새도록이라도 바라보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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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도록이라도 바라보고 싶지만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가 역시 일시 휴업 중인 왕년의 영화감독 앞에서 "여유란 뭐가 받쳐줘야 생기는 거 아닌가요?" 했을 때 감독은 조용히 웃었는데 그 여유가 가리키는 즉 돈이 주머니에 들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주머니에 있는 한 오백, 그것은 빙산의 일각이고 복권 탄 돈 수억 원이 통장에 들어 있는데 이 시간에도 이자가 불어나고 있어 산낙지 두 접시에 소주 몇 병 마시는 정도는 하루 이자로도 충분할 지경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몇 백 들어내 봐야 한강에 배 지나가기였다... More >> 2014.05.31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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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한로詩) 추모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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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미사 윤 한 로 성체를 모시고 침묵 속에 묵상한다 안산 야외 음악당 하늘에 걸린 달과 별과 밤바람과 첫이슬과 고양이와 눈에 선한 리따와 마리아와 세실리아와 요한이와 스테파노와 누군가 깨끗한 코끝 훌쩍거림 아, 납득하기 어려워라 시작 메모 꽃을 부르면 꽃이 솟아오르고, 피리를 불면 가던 달이멈춰 서서 귀 기울이고, 가난하고 깨끗하고 올곧기만 한 월명사, 무슨 돈이 있었겠나. 죽은 누이야! 가진 것 없어 노잣돈 삼아 ‘제망매가’ 시 한수 바치니, 하늘이 문득 바람 ... More >> 2014.05.31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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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신사(204) - 여배우의 결핍의 눈동자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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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의 결핍의 눈동자를 보며 한때 주연도 한 적 있고 그 뇌쇄적인 몸매와 심상치 않은 용모로 인해 일부 트집쟁이 인간들로부터 연기력 논란도 일으킨 바 있는 장화자는, 한 번 영화작업을 한 바 있는 40대 영화감독과 깊은 밤 술자리를 하며 행복에 대한 주제를 놓고 담화 중이었다. 행복이란 걸 느껴본 지가 언제였는지 모르겠다는 여인의 말에 감독은 동정심과 함께 야릇한 애정 같은 걸 느꼈는데, 한편으론 `행복이란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 여인이 결핍의 눈동자를 하고 뭔가 갈구하는 ... More >> 2014.05.24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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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한로詩) 엄마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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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배 윤 한 로 뚫어진 런닝구에 허구한 날 죽어라 일만 하더니 막걸리만 마시더니 소 배 같아라 숨도 배로 쉬고 울기도 배로 울고 웃기도 배로 웃고 얘기도 배로 하고 애기도 배로 낳고 수술도 배로 하고 투실투실한 엉덩이에 씩씩, 한주먹감도 안 되는 아버지쯤이야 후딱 떠박다질러도 될 터인데 시작 메모 김유정 소설 속에 나오는 마누라들은 거의가 사내한테 퍽퍽 얻어터진다. 그러면서도 군말 한마디 없이 국으로 버팅긴다. 우리 어머니들 모습이다. 이때 아버지들은 가뜩이나 쪼만하... More >> 2014.05.24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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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한로詩)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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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윤 한 로 높이 떠 올라 괴성을 빨아먹고 산다 끙, 왕 수레 몰래 타다가 두 다리 잘린 놈이어라 큰고추님 저레 돌아누우며 퉁명스레 말한다 ‘시인인가 보지’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센 자들, 잘난 자들 찰 수 없게끔 생겨먹었다 시작 메모 옛날 중국에서는 왕의 수레를 몰래 타는 자는 다리를 자르는 형벌을 받았다. 사기열전에 잠깐 보니까, 왕의 총애를 받는 신하 하나가 어머니 병이 급해지자 몰래 왕의 수레를 타고 어머니를 보러 갔다. 나중에 왕은 무서운 형벌도 무릅쓰는 그 마... More >> 2014.05.17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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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신사(203) - 귀인은 어디에서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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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의 동영상 제작자 즉 감독께서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를 상대로 깊은 밤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바, ``요새 뭐 어려운 일이 없냐`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그녀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여성이, 특히 미모가 출중하고 몸매 또한 뇌쇄적인 경우엔 흔히 여성의 일반적인 심성이나 감성이 빠져있다고 지레 짐작하기 쉬우나 여자는 여자로서 여자의 미덕을 또는 악덕을 잘 보존하고 있기 마련이다. 해서 장화자 또한 생활의 곤궁함을 대놓고 내색하진 않으나 근래 들어 어린 딸 하나 키우는 게 왜 이리 힘든지, 돈은 다 어디로 갔는지, 사... More >> 2014.05.17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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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한로詩) 고해(告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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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告解) 윤 한 로 내 비록 내 돈 벌어 내가 쓴다지만 이즈음엔 맛난 음식 먹는 것도 죄요 멋진 옷 입는 것도 바로 죄요 귀에 좋은 노래 달게 자는 잠 또한 죄가 되려니와 한가할 ‘한’ 늙을 ‘로’ 한가하게 늙는다는 이 이름 석자야말로 더더욱 죄스럽구나 아직 늦지 않았으니 쓰게 먹고 눈 맑게 뜨리라 시작 메모 어떤 평론가가 어떤 작가의 소설을 읽고 ‘이 작가의 명민함은 오히려 위험한 재산이 될 수 있다’고 평했다. 그 작가 분 아직 때를 벗지 못한 게로구나. 어떤 일본 학... More >> 2014.05.10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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