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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한로詩) 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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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일 윤 한 로 이제 꽤 되셨구나 어머니 기일 새벽 미사를 봉헌하고 나온다 뒷꼭지에 문득 흰 바가지 달 뒤돌아 보고 다시 뒤돌아 서서 본다 무녀리 달 우리 어머니 어여뻐라 간만에 애새끼처럼 되니 내 어디 이런 날일랑 쪼깬한 선행 하나 드려얐다 시작 메모 애들한테 비유를 가르치기 위해 정지용 시인의 ‘말’을 다시 읽는다. 누가 난 줄도 모르고 ‘밤이면 먼 데 달을 보며 자는’ 말. 이어령 선생은 이 구절을 두보의 고독보다도 더 처절한 절대 고독의 절창이라 평했다. 명 해설이... More >> 2014.09.20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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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한로詩) 돌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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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오리 윤 한 로 눈도 없고 귀도 없고 코도 없고 우둘투둘 곰보 돌 오리 개뿔도 없네 나 그만 마음에 들어 친구 먹었네나 오늘도 풀 한 포기 없는 출근 길 꿀꿀한 아침이여 에잇, 오리만도 못한 것들이여! 시작 메모 파스칼 키냐르의 에 따르면, 바라보여지고 있음을 스스로 알고 있는 사람들의 말은 들을 필요도 읽을 가치도 없다. 왜? 진정으로 입을 열지 못하므로. 그러나 보라! 오늘 아침 휴먼시아 아파트 화단에 내 친구 돌 오리만큼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 More >> 2014.09.14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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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신사(220) - 돈 있고 시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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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있고 시간 있고 영화감독 김은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와 함께 달 밝은 밤 블루로얄 호텔 뒷길을 따라 산보를 하며 참으로 오랜만에 가슴이 뛰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이토록 화려하고 몸매가 뇌쇄적인 여자와의 동행은 그 외양을 감탄하면서도 주눅 들기 마련인데, 장화자가 오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마음을 열고 다소 유혹적인 몸짓을 해옴에 따라 어떤 기대감이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다. 달이 우리를 따라온다는 등 별이 우리 주위를 맴돈다는 등 그런 감상적인 말도 닭살 돋기는커녕 진짜로 그러한 느낌으로 다... More >> 2014.09.14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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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신사(219) - 남녀란 천하의 일인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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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란 천하의 일인 바 왕년의 영화배우 장화자와 영화감독 김은 블루로얄 호텔 뒷길을 따라 산보 중인 바 달이 우리를 따라 온다느니 별이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느니 낮 간지러운 소리를 하고 있었다. 물론 우리는 알고 있다. 남녀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첫 만남을 가졌을 때는 온갖 간지러운 소리도 불후의 명시로 들리며 몸짓 하나 손짓 하나에까지 의미를 부여하고 상대의 눈빛에서 영원을 읽는 감각이 비상하게 발달한다는 것을. 이 두 사람도 그러한 경지에 들어갔으니 지금 이 시점에서 누가 뜯어... More >> 2014.09.06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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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신사(218) - 큰돈이 생기면 문제도 생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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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돈이 생기면 문제도 생기니 영화감독 김과 왕년의 영화배우 장화자는 로얄호텔 뒤 음식점 골목에서 보쌈에 소주를 먹고 나와 산보를 하는 중이었다. 감독은 주머니에 복권 탄 돈이 가득 있었지만 장화자가 그 사실을 모른다는 데에 야릇한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생각해 보라. 돈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있는데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토지나 집을 사는 것도 아니고 주식을 사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이 돈으로 뭘 할까 궁리하며 하루하루 먹고 마시고 뒹굴며 공상에 잠기는 일이 왜 아니 즐겁겠는가 말이다. 생각만 해도 뿌듯... More >> 2014.08.30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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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한로詩) 월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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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명사 윤 한 로 먼 곳 홀로 가는 길 누이야 머뭇머뭇 차마 못다 한 말 옛다! 못난 떠돌이 때묻은 소맷자락 떨쳐 니 그리운 시 한 구절 바치니 젯상 위에 이른 바람 일어 슬어가누나 노잣돈이라도 되는 양 아, 이 밤 피리는 재우련다 시작 메모 월명사 밤 피리 소리는 세상을 뜬 누이가 됐다가 꽃이 됐다가 달이 됐다가 시가 됐다가 가을 바람 쓸쓸함에 섞여 불어온다. ‘나는 간다는 말도 못다 이르고 가는구나’ 교과서 속 는 그저 흔한 시로 알았는데, 아니다. 나이먹어 읊조리니 그 속... More >> 2014.08.30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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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신사(217) - 여인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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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신비 김 감독은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와 산보를 하는 중이었다. 보쌈에 소주를 마신 뒤라 바로 커피숍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좀 걸어요, 우리.”라고 장화자가 먼저 제안을 했고 감독은 “그럴까요?” 하고 응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불루로얄 호텔 뒤 음식점 골목을 벗어나 좀 더 한적한 길로 접어들었던 것이다. 걷는 거야 그렇게 자신 없는 분야가 아니었다. 실의에 빠져 정처 없이 걸어도 봤고 돈이 없어 집까지 두 시간을 걸어도 봤다. 새벽에 담배가 떨어져 담배 사러 길 건너 편의점으로 가 봤고, 누가 술... More >> 2014.08.23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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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한로詩)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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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윤 한 로 하늘엔 해가 둘 변괴로다 월명사, 피리를 불면 가던 달도 멈추었네 신라에서 가장 올곧은 마음 모셔 꽃이여 부르니 꽃이 솟아올라라 물려라 명하니 그 꽃 봉긋, 밝은 명 받들어 해 하나 물리누나 하늘엔 해가 하나 꽃 또한 갔어라 시작 메모 내가 월명사에 대해 무얼 그리 많이 알랴? 피리를 하도 잘 불어 달밤에 피리를 불면 가던 달도 멈추더라. 어느 때인가 꽃을 부려 쌍으로 뜬 하늘의 해 하나 물리더라. 삼국유사 속에 고작 몇 줄 짧은 지식. 그러나 짧다는 건 오히려 얼마... More >> 2014.08.23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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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신사(216) - 내가 어떤 여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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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여자인가요? 영화감독 김은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가 보쌈을 볼이 미어져라 먹고 있는 걸 보며 그 우월한 미모와 뇌쇄적인 몸매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서민적인 식성과 심성을 갖고 있는 걸 매우 좋게 보고 이런 여자에겐 오히려 돈을 좀 써야 마땅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아까 블루호텔 로비에서 만났을 때 ‘저녁을 여기서 먹으면 되지. 나가기는 어디 가냐’고 짜증을 내며 ‘여기 중식당 가서 코스 15만 원 정도 하는 거나 와인 곁들인 스테이크 2인 정식 39만 원짜리로... More >> 2014.08.16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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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신사(215) - 남녀관계에서도 돈이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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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관계에서도 돈이 말을 한다 복권에 당첨되었으나 그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40대의 영화감독 김은 블루호텔 뒤 먹자골목의 보쌈집에서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와 함께 소주 한 잔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얘기를 정리해 보자면, 돈은 있지만 뭘 해야 좋을지 모르는 감독이 열흘 전쯤 심심하던 차에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에게 전화를 했고, 두 사람은 야심한 시간에 만나 산낙지에 소주를 마시며 그간 무고하셨는지 지금은 어떻게 사시는지 등을 서로 여쭈며 공감의 시간을 쌓아갔다. 장화자가 보기에 옛날의 그 ... More >> 2014.08.09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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