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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신사(227) - 여배우가 영화를 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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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가 영화를 볼 때 영화감독 김과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가 보쌈에 소주를 먹고 산책을 좀 한 다음 그 외양이 뉴욕을 방불케 하는 카페에서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다음 코스로 선택한 곳이 영화관이었다. 영화감독과 여배우가 영화관을 찾는 것은 아무래도 일반관객들이 영화관을 찾는 것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감독과 여배우는 영화 관련 일 때문이 아니라 남과 여로서 데이트의 한 코스로 영화를 보는 것이어서 일반관객과 차별을 두기는 어렵다고 하겠다. 실로 직업적인 견지에서가 아니라 순순한 관객의... More >> 2014.11.01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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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한로詩) 복(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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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福) 윤 한 로 꼭두새벽 시퍼런 이슬 바짓가랑이에 묻힌 채 휘딱, 호박 구덩이 한 행보하곤 개다리 소반 위 그 좋아하는 씀바귀 반찬 새우젓 종재기도 다 둘러메 엎었네 붉단풍잎 한 장 같은 어머닌 마음이 마음이 아닐 터인데 허연 밥알갱이만 곱디 곱게 쓸어담고 앉았다오 복(福)도, 복(福)도, 이빨 빠진 사발 가득 지지리도 많더라 시작 메모 살면서 아버지가 엎어버린 밥상만 해도 수십, 수백 차례다. 술에 취한 날보다 술에 쥐하지 않고 멀쩡한 날 바깥을 휘딱 돌고 들어오는... More >> 2014.10.25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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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신사(226) - 영화 보는 여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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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는 여배우 남자에게서 돈냄새를 맡은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는 뉴욕풍의 카페에서 남자와 함께 나와 다음 단계로 영화관을 향하였다. 이것은 탁월한 선택으로 여배우와 감독이라는 면에서, 남자와 여자라는 면에서, 또한 밤 10시의 심야상영이라는 면에서 매우 실용적이면서 로맨틱한 선택이었다. 무엇보다 술집과 산책과 카페로 이어지는 일련의 데이트 코스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고 분위기를 끌어갈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물론 영화관은 남자에게는 고역이자 지루한 곳일 수도 있었다. 액션이나 스릴러 같은 게 아... More >> 2014.10.25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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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한로詩) 장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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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 윤 한 로 듣그럽다 하나, 둘, 서이 또 하나, 둘, 서이 그 많던 말 다 버리고 전복죽 냄새나 풍긴다 해도, 달도, 별도 아닐기고 꽃 피고, 새 울고, 시냇물 흐르는 건 더더욱 아닐기고 아버지도, 엄마도, 강출이도 아닐기고 앗따, 담배 말요 바가지 말요 화투 말요 아니랜다 그럼 그년 말요 맞댄다 맞댄다 활활 아궁이에 불 때듯 눈을 하고 손뼉 치며 눈물 한 방울 글썽 맨들은 채 시작 메모 책꽂이 한가운데 꽂아놓고 기분 꿀꿀한 밤이면 들척이는 ‘한국전래동요’ ‘임... More >> 2014.10.18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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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신사(225) - 여행의 프리미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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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프리미엄 왕년의 영화배우 장화자는, 영화감독 김과 그 외양이 뉴욕이나 파리나 도쿄의 것들과 결코 다르지 않는 카페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복권 탄 돈을 숨기고 있는 감독이 돈냄새를 이미 풍기고 있어, 장화자는 그 돈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여차하면 좀 나눠 쓰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돈이란 바로 얘기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고 사전 정지작업이 있어야 했다. 또한 자신의 매력을 한껏 풍기며 몸값을 올려가며, 남자가 이 여자에겐 돈을 써도 단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게 하... More >> 2014.10.18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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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신사(224) - 돈의 출처와 사용 방향을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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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출처와 사용 방향을 밝혀라 왕년의 영화배우 장화자는 복권 탄 돈을 숨기고 있는 영화감독 김과 보쌈에 소주를 먹고 달이 환하고 별이 빛나는 밤 아래 산보를 좀 한 다음, 그 외양이 뉴욕이나 파리에나 있음직함 카페를 발견하고 쾌재를 불렀다. 아직 장화자는 이 남자에게서 돈냄새가 좀 난다는 것만 인지하고 있었고 구체적인 상황은 모르고 있는지라, 그저 소박하게 있는 돈 좀 나눠 쓰자는 취지로 접근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저러한 분위기 나는 카페에서 사내를 말랑말랑하게 만든 다음 스스로 돈의 규모와 출처와... More >> 2014.10.12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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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한로詩) 순교자 성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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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성월 윤 한 로 보신탕 집 지나 닭 집 지나 골짜기 깊은 담뱃골 성지 돌투성이 길이 점점 버겁다 옛날엔 나 같은 사람도 더러 치명자 되었다고 하던데 게서는 아직 개울 물 푸르고 코딱지 풀꽃들 맑다 시작 메모 우리 천주교에서 구월은 순교자 성월이다. 나 같은 사람 성인들 본받아 더 열심히 기도하고 묵상하고 희생하라고. 눈코뜰새 없이 바쁘지만 일 년에 한번쯤 성지도 좀 찾으라고. 오래간만에 성지 가는 길 맑은 개울가에 우뚝우뚝 선 돌마다 다소곳 기도하는 성모님 ... More >> 2014.10.12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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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신사(223)- 카페 찾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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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찾는 여자 문제는 영화감독 김이 돈냄새를 풍긴다는 거였다. 원래 김 감독은 돈냄새와는 거리가 있어도 한참 있는 친구였다. 돈을 풍족하게 가져본 적이 없고 어쩌다 좀 생겼다 하면 3일 안에 밀린 공과금과 휴대폰비와 대출이자 등 각종 명목으로 빠져나가고 버스비와 짜장면 몇 그릇 먹을 돈 밖에 남지 않는 위인이었다. 그런 자가 자기도 모르게 돈냄새를 풍기고 다닌다는 것은 요 몇 달 복권 탄 돈을 야금야금 쓰면서 돈냄새가 몸에 배어들었다고 봐야 했다. 노름하곤 잘 사귀지 못해 포커판에 가서 타짜들에게 하루아침... More >> 2014.10.05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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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한로詩) 남부호프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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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호프 화장실 윤 한 로 재호야, 승명아 꿀꿀한가 소맥으로 입가심을 하더니 82 둘 끝내 꼬장을 피운다 좀 늦었구나 주방 옆 녹슨 철문을 밀친다 비칠거리며 고무 대야 따위를 건너뛰어 두세 번 꺾어 오르는 층계참 절묘하다 남부정육식당 남부호프커피다방 이렇게 한 화장실로 통할 줄이야 사다리꼴 구조의 긴 끝이여 방금 누군가 꽂아놓고 간 키가 뜨듯하다 시대의 아픔이 흘리고 간 먼 학번들 한때 시를 쓰고 운동을 하고 밥먹듯 합숙을 했었지 지긋지긋하고나 수돗물에 머리를 빤다 이제 ... More >> 2014.10.05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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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한로詩) 동시(童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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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童詩) 윤 한 로 프림에 밀크에 설탕에 커피에 진하게 한 잔 때린다 행정이고 서류고 회의고 나발이고 간에 이제 시 좀 쓰며 내 일 좀 하며 살자들 둔탁한 아주 둔탁스런 내 시여 동시여 시작 메모 너덜너덜한 커피 얼룩 공책에 시 초벌을 쓴다. 아무도 알아볼 수 없는 낱말들, 구절들 써 갈긴다. 가로로 무리 짓다가 비스듬 별똥별이처럼 날다가 무당벌레처럼 흐르는 악필들, 인생들. 쟁쟁쟁 울린다. 제발 씹어주세요 구겨주세요 잊어주세요. 초라한 내 시들 영원히 동시로 남으라네. ... More >> 2014.09.28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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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신사(222) - 돈냄새를 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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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냄새를 맡고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가 “이제 우리 어디로 갈까요?” 하고 감독에게 물었을 때 감독은 그곳이 우리가 가야 할 곳이 어디인가에 대해서 숙고하기 시작했다. 미리 결정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은 감독이 그만큼 순진하다는 것이었다. 여자에겐 절차라는 게 있어서 그 절차를 여하히 밟는가에 따라 여성의 자발적인 참여도가 정해지는 법이어서 감독은 최종목적지가 있다 하더라도 거기까지는 정상적인 코스를 밟아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장화자는 감독이 생각하는 만큼은 절차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 More >> 2014.09.28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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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신사(221) - 분위기 없이는 만남도 진행도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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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없이는 만남도 진행도 없으니 “우리 이제 뭐 할까요?” 왕년의 여배우이자 뇌쇄적인 몸매의 장화자가, 왜소하고 생각이 많고 결단력이 부족한 감독에게 물었다. 둘은 블루로얄 호텔 로비에서 만나 호텔 뒷골목에서 보쌈에 소주 두 병을 나눠 마시고 좀 더 뒷길을 따라 호젓하게 산보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마침 밤하늘에 별도 반짝이고 달도 둥그렇게 뜨고 가로등도 빛을 던지는 등 분위기가 매우 낭만적이었다. 여자란 분위기 따라 마음이 고양되었다 처졌다가 하는 존재로 심하게 이야기하면 분위기 없이 ... More >> 2014.09.20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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