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보 답보변환
Classic Girl(이하 CG)에게 Single flying change를 충분히 훈련시키자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부족한 부분은 점차 고쳐나가기로 마음먹고 Saint George 출전을 목표로 4보 3보 답보변환을 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 매 8보마다 하는 답보변환 훈련을 했다. 답보를 배운 시간이 짧았던 CG는 처음 한동안은 내 요구에 따라 답보 후 스스로 균형을 잡아야하는 걸 힘들어 했다. 그래도 아주 가끔 짧은 순간순간이었지만 좋은 느낌을 내게 선물해 주는 경우도 있었다. 아마도 이런 짜릿한 기분 때문에 말을 훈련시키는 것을 즐기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CG가 내게 선물한 좋은 느낌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 좋은 느낌이 점점 누적되자 답보변환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고, CG 또한 이런 내 자신감에 더욱 날 신뢰해 안정적이고 훌륭한 답보변환 모습을 보여 줬다. 또한 CG 스스로 중간 중간에 흐트러진 균형을 빠르게 되찾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줬다.


답보변환 훈련을 하다가 균형을 잠시 잃기도 했지만 균형을 되찾으면 바로 걸음수를 줄여가며 답보훈련을 했다. 8보간 답보변환은 마장마술 목책에서 벗어나 넓은 마장에서 훈련을 했다. 직선에서 구보로 8보 간다면 그 거리가 약 15~20m 가량 된다. 만약 마장마술 목책 안에서 훈련한다면 직선거리가 너무 짧아서 편안한 훈련이 될 수가 없기에 넓은 마장으로 나와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 훈련을 시켰다. 초기에는 8보 간에 답보변환을 시키는 것도 여간 바쁘지 않은 게 아니었다. 답보변환을 한 후에 균형을 잃었고 또 급해지기도 했다. 최초 답보변환을 한 후에 다음 답보변환을 시키기 전까지 가다듬어야 할 일들이 많았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보다 정확하고 일정하게 반복 훈련을 하자 짧게만 느껴졌던 8보 간에 답보변환이 한결 여유로워 졌다. 이는 1보를 줄여 7보를 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렇게 불안해하지 않고 흐트러진 균형이 줄어든 것이 느껴지면 매 7보마다 답보변환을 했고 다음에는 매 6보마다 답보변환을 해 답보변환을 하는 걸음 수를 점차 줄여가며 훈련을 시켰다. 매 6보마다 하는 답보변환을 준수하게 흉내 낼 정도가 되면서부터는 어느 한 가지 걸음수를 정해놓지 않고 매 8보를 했다가 정지나 속보로 이행을 하지 않고 계속 이어서 6보 다시 7보 이렇게 걸음 수에 변화를 줘 답보변환을 훈련시켰다. 이렇게 한 이유는 CG가 내 부조를 기다리고 정확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훈련이 획일적이라 다음에 해야 하는 동작을 미리 추측해서 내 부조를 기다리지 않고 CG 스스로 예측해 답보변환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답보변환을 가르치던 초기에 이 훈련은 정말 유용한 훈련이었다고 생각한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옛말이 있다. 이 말이 꼭 들어맞는 탁월한 선택의 훈련방법이었다.

다양한 걸음 수로 지속해 훈련을 시켰다. 이때 답보변환 할 때 스윙이 되는 것을 완벽하게 막으려고 하지 않았다. 아주 심하지 않으면 스윙하는 것을 어느 정도 용인하고 답보변환을 훈련시키는 것에 더 초점을 뒀다. 처음에는 스윙이 조금 있었지만 점차 스윙의 폭도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스윙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발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같은 방법으로 훈련을 이어 나갔다. 이렇게 꾸준한 훈련 덕분에 CG는 답보변환 후 자신감을 갖고 빠르게 균형을 되찾아갔다. 답보변환 전후에도 여유가 있다는 사실이 느껴질 만큼 긴장하는 모습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자신감 있고 좋은 모습을 보이게 되면서 다시 오른쪽 답보변환 할 때 왼쪽으로 밀려 나갔다가 들어오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왼쪽 편에 목책을 놓은 상태로 연속된 답보변환 훈련을 시켰다. 처음부터 이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그때까지 CG는 답보변환에 대한 길지 않은 훈련으로 인한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속되는 답보변환은 Single Flying change 때 보다 부담을 가중시키는 어떠한 장애물도 없어야 했으며 비록 스윙이 되더라도 답보변환에 대한 자신감과 충분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다음 훈련의 성과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 이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답보변환 훈련을 하는 중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주면 답보를 영원히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실제로 1992년도에 호주로 전지훈련을 갔을 때 본 ‘Casper’라는 호주산 웜블러드 마필은 장애물 비월에 아주 탁월한 소질을 갖고 있었지만 끝내 최정상급의 장애물 비월 말로 성장을 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답보변환을 전혀 하지 못해서였다. 당시에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되기도 했고 이해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Casper는 끝내 답보변환을 하지 않았다. 답보변환을 가르치기 위해 유능한 선수와 트레이너가 훈련을 시켜봤지만 모두가 허사였고 Casper는 이에 대한 강박감만 더해갔다. Casper는 답보변환을 훈련하는 날이 많아지고 훈련강도가 강해질수록 점점 더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는데 답보변환을 시키려고 하면 온몸이 경직되며 balance를 잃고 결국은 빠른 속보를 해서 답보변환을 하곤 했다. 그 모습도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 상태에서 바꾸는 모양새다 보니 답보변환을 하는 순간에 Casper의 등위에 올라앉아있는 기승자 또한 Balance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Casper를 처음 훈련시킨 기승자가 답보변환을 가르치려고 너무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답보변환 훈련을 정확하고 조심스럽고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최초의 답보변환을 가르칠 때는 주위에 있는 보조물을 사용하면 좀 더 쉽게 이해를 시킬 수 있다. 절대 서두르지 말기 바란다. 만약 기승자와 말이 비교적 긴 발걸음수의 답보변환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다면 이제는 조금 더 높은 레벨의 훈련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다.


▲답보변환 훈련은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
▲답보변환 훈련을 하는 중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주면 답보를 영원히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교정교열= 황인성 기자

작 성 자 : 황인성 gomtiger@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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