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불참한 가운데 24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국회 해임 건의안이 통과됐다. 재석 의원 170명 가운데 찬성 160표, 반대 7표, 무효 3표로 가결 기준인 151표를 9표 차로 넘겼다. 장관 해임 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건 13년 만이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국회 해임건의안 의결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최종 확정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은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음을 알려드린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해임 건의 거부 이유로는 △임명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장관에게 직무 능력과 무관하게 해임을 건의했다는 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은 모두 해소됐다는 점 △새누리당에서 이번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요청한 점 등을 들었다.

24일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나라가 위기에 놓여있다. 비상 시국에 굳이 해임 건의의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스럽다”면서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일부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와 부적절한 언행은 국민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기고 전체 공직사회에 대한 인식까지 부정적으로 만들었다”며 공직자들의 일탈 사례를 도마 위에 올리기도 했다.

국회 해임건의안을 대통령이 거부한 건 건국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1955년 국무위원 불신임안이 가결된 이후 청와대가 국회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야3당은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국회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 한 목소리로 맹비난했다.

따라서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은 농해수위 국정감사를 포함한 정기 국회 초반 정국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해임건의안 통과에 반발한 새누리당은 표결에 부친 정세균 국회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국회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 26일 개막하는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첫날부터 파행 운영될 전망이다. 국정감사 일정에 돌입하는 정기국회 역시 해임건의안 사태가 풀릴 때까지는 야당만 참여하는 반쪽 국회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표결을 앞두고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은 홈페이지에 ‘지면서 이기는, 정말 국민 눈높이 정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김재수 장관이 정책 역량적으로는 물론이거니와, 도덕적으로도 그렇게 엉터리는 아니더라, 해임건의안은 공연한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황 의원은 “김재수 장관에 대한 의혹은 크게 어머니 의료보험 의혹, 전세 특혜, 대출금리 특혜 세 가지였다. 그 중 어머니와 전세는 충분히 소명돼 의혹이 해소됐다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황 의원은 “김재수 장관은 9월 4일 장관이 됐고 국회 본회의장에 나와 잘하겠다는 취임 인사까지 했다. 장관에 취임한 바로 다음 날 해임건의안을 내겠다고 발표한 것은 정말이지, 오만이자 희극”이라고 비난하며 “김재수 장관 문제는 인사청문회로 일단락시켰어야 한다. 그 역할을 우리 국민의당이 수행했었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24일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 참석한 김재수 장관(사진= 연합뉴스).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이용준 cromlee21@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