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가 그동안 경마사랑방이나 기수에 바란다 코너에서, 욕설, 비방, 험담이 담긴 불순한 글을 정리하면서 내세운 논거가 "공공성"이다. 그 공공성을 내세워 사이트 개설의 목적에 어긋나는 글을 원천봉쇄하려는 의도로 이번에 게시판 실명제가 도입됐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인터넷 상에서 실명제, 회원제를 요구하는 곳은 영리성과 수익성을 운영목적으로 개설한 사설사이트다. 마사회의 여러 컨텐츠를 이용함에 회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것은 한국마사회의 공공기관적 성격에서 보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자유게시판의 역할을 하는 경마사랑방은 개설 목적 그대로 여과 없는 의견수렴이 바로 그 존재이유다. 그 운영상 문제되는 상식에 어긋난 글, 모함, 비방같은 글은 운영자의 노력으로 정화될 수 있다. 글을 올릴 때 오직 실명으로만 올려라는 현재의 실명제는 정부기관의 민원접수나 행정절차적 과정이 필요한 곳에서만 요구되는 것이다. 경마사랑방에서 경마에 관한 사소한 개인적 사견을 경마팬들과 함께 공감하는 자리에서까지 실명을 요구함은 게시판 정화의 목적에서 오도된, 경마사랑방 자체의 목적까지 말살해버리는 악의적 제도이다. 옛날 속담에 "너무 맑은 물에서는 고기가 못 논다"는 경구가 있다. 글쓰기에 엄격한 제한을 가하는 것은 귀에 듣기 좋은 소리만 가려서 청취하겠다는 편한 논리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자유로운 토론으로 경마팬 상호간의 의견교환과 격의 없는 비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현재의 실명제는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분명 마사회 사이트의 민원접수 코너나 여타 컨텐츠에는 실명이 필요한 곳도 있다. 그곳에는 지금까지 실명을 요구했어도 누구하나 불만이 없었다. 그러나 경마사랑방, 기수, 조교사에 바란다 코너는 마사회에 무엇을 요구하는 공식적인 대화창구가 아니라, 경마팬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기수, 조교사에게 격려와 질타를 보낼 수 있는 곳이다. 개설목적에 맞는 유연한 운영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