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마장 사람들4 - 최고참 여성예상가 이비

 역사 속에서 말과 인간은 어떻게 관계를 맺어 왔을까?  말은 인간사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태고시절에는 수렵의 대상이었다가 마침내 수레를 끌거나 사람을 태우는 등 인간의 생활 속 깊이 파고들었고, 기마에 대한 기술이 보급되자 교통, 통신 등 정보전달의 역할과 군사원정에 활용되면서 지배계급 권력의 상징이 되었으며, 오늘날에는 경마와 승마라는 레저 스포츠로써 많은 팬들을 열광시키는 등 말은 인류의 발전적인 역사와 함께 진화해왔다.

 ‘혈통의 스포츠’라고 불리는 경마의 세계에서는 ‘더러브렛종’의 말들만을 경주마로 인정하고 있다. 물론 제주도의 제주마 경주처럼 지역마다 특색 있는 경마가 세계 각지에 몇몇 존재하기는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현대경마의 주류를 이루는 것은 단연 ‘더러브렛’ 품종의 마필들이 출전하는 경주다. 현재 세계 각지에서 경주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더러브렛(Thoroughbred) 품종은 17세기 영국에서 스피드 능력이 우수한 말을 개량, 발굴하기 위해 영국 토종 재래 암말에 아랍 지역의 수말을 교배시켜 만든 품종으로 그 이후 300여년 간 스피드 능력이 우수한 말끼리 교배를 반복하고 번식시켜 스피드 경주에 가장 적합한 진화된 몸체를 지닌 품종인 것이다. 

경마 관련한 글을 쓰고 예상활동을 하면서 경마예상가 또는 경마전문인이란 타이틀로 생업을 이어가고 필자는  말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또 말과 함께 하루를 끝맺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삶의 전부를 경마와 경주마, 경마장에 할애하고 있다. 그런만큼 말에대한 애착과 사랑 그리고, 관심도 일반인의 상상을 불허할 정도도 깊다. 예시장에서나 경주로 그리고, 마굿간 등에서 경주마를 쳐다보노라면 덩치가 큰 동물 중에 저렇게 멋지고 잘 생긴 동물이 또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쫑긋한 귀에 길고 시원한 목, 길게 뻗은 롱다리, 잘록하게 유선형으로 이어진 허리와 배의 선, 빵빵한 엉덩이와 그 엉덩이에 붙은 멋진 꼬리까지 어느 하나 나무랄 것이 없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금상첨화는 왕방울에 비유할 수 있는 커다란 눈이 참으로 예쁘고 선하게 생긴 동물이란 것이 필자의 견해다.

오늘 필자는 말이 좋고 예뻐서 경마를 알게 되었다는 여성 예상가 한 분을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한다. 십수년전 지인들과 함께 경마장을 찾았다가 경마보다는 경주마의 멋지고 예쁜 모습에 매료돼 그 이후 자주 경마장을 찾다보니 지금의 예상활동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필자로서도 공감이 되는 이야기다.

소위 경마예상가 또는 전문위원으로 작금에 호칭되고 있는 경마장의 새로운 직업군(群)이 생겨난 것은 뚝섬경마장이 과천경마장으로 이전했던 시기인 1989년를 전후한 시점으로 그 당시에는 수명에 지나지 않던 집단이 그 이후 경마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현재는 약 500여명이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들 중에는 전업(轉業)하여 생업으로 하는 분들도 있고, 사이드잡 또는 투잡이랄 수가 있는 부업(副業)으로 활동하고 있는 분들도 있다. 그리고, 이 500여명의 예상인 중에 여성으로써 참여하고 있는 분들은 얼추 십여명이 된다. 이 수치를 보면 아직 전체 예상가 중에 여류예상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2%남짓의 미미한 수치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작년을 기점으로 이 시장에서도 꾸준히 여성 참여가 늘어나는 추세로 향후에는 많은 여성예상가가 진출하여 여성 특유의 셈세함과 차분함을 무기로 남성예상가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예상가 1세대로는 이순재, 강여울, 이비氏 등을 꼽을 수가 있을 것이다. 이들 세 분은 2006년말과 2007년 초 시점에 이 영역에 발을 들여논 분들로 그 중에서 이제는 거의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이순재, 강여울氏를 제외하면 2007년 2월에 경마예상가의 발을 디딘 이비씨만이 50대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다부지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녀가 상기에서 필자가 언급한 경주마의 예쁘고 멋진 모습에 반해 경마장을 자주 찾다가보니 경마예상인이 되었다는 분이다. 물론 경마예상인으로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은 경마장을 십수년 찾은 이후의 시점으로 그녀의 경마내공을 인정한 지인의 추천과 소개라는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당시 대학시절의 전공인 의상디자인 관련 일을 하고 있었는데, 과감히 하던 일을 접고 성공이 보장되지 않을 수도 있는 이 일에 뛰어들어 지금껏 꾸준함을 무기로 활동하고 있는 여장부다. 벌써 만으로 5년이란 시간을 수 없이 스트레스가 반복되는 직업특성도 일부 영향을 주었다는 필자의 사견이지만, 작년 가을에는 초기 갑산선암이 발견되어 수술도 하였고 지금도 가끔 병원을 오가며 통원치료를 하고 있는 와중에서도 이 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는 한 마디로 용감무식(?)한 여걸이다.

그녀는 과천경마장의 마당발로 또는 왕발로 통한다. 예전에 지금은 작고한 한국이 낳은 불세출의 레슬링 선수인 故김일씨의 라이벌 중에 한 명이었던 일본의 거인 레슬러인 '자이언트바바'라는 사람은 그의 별명이 16문킥(보통 사람은10~11문)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난히 발이 큰 선수로 유명했는데, 그녀도 그에 못지않은 큰 발을 지닌 모양이다. 아무튼 모예상지의 경마장 취재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경마장 안팎에서 유난을 떨 정도로 마방 소식과 경주마 정보를 취합하는데에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체질적으로 술 한 잔도 못하면서도 많은 경마장내 인맥을 구축하고 있는 비결은 아마 여성답지 않게 시원시원한 성격 그리고, 고향집 누이같은 포근함으로 다가오는 그녀의 성품탓이라는 것이 옆에서 지켜보는 필자의 생각이다. 그리고, 그녀는 성적이 좋지 않을 때에는 너무도 많이 속상해 한다. 예상가로써 자기 예상을 믿고 베팅에 실패한 분이나 승리를 하지 못한 분들께 미안하고 죄스런 마음을 갖는 것은 누구나 당연지사겠지만, 유독 그녀는 성적이 부진한 날에는 그런 모습이 눈에 띨 정도로 심해서 때로는 경마고우(競馬故友)로 지내는 필자를 안스럽게 만든다.

경마예상인이란 직업의 특성 자체가 승리가 구조적으로 그리고, 산술적으로 아주 힘든 경마의 속성을 감안하면 경마팬들에게 칭찬받고 격려와 성원을 받는 일보다는 비난과 질타에 시달리는 경우가 더욱 많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그녀는 꾸꿋하게 대한민국 최고참 여성예상가로 자리를 지키고 있고, 이후에 데뷔한 십여명 후배여성예상가들 중에 일부는 그녀를 롤모델(Role model)이 삼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많이 등장할 후배 여성예상가들도 "이비 따라하기"를 시도하며 이 정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동안 고객들에게 SMS문자 예상만을 고집하면 그녀가 다가오는 3월에는 ARS음성 시장에서도 그녀의 목소리를 고객들에게 전달한다고 한다. 음성시장이 문자 시장을 압도하는 작급의 대세를 반영하는 그녀의 어려운 도전과 선택이지만, 필자는 그녀가 문자시장에서도 "깔끔한 예상, 중배고당이 있는 예상"이란 모티브로 자기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였던 만큼 새로 맞게 되는 음성시장에서도 충분하고 매력적인 경쟁력을 보일 것으로 예측한다. 그리고, 부디 그런 결과물을 꼭 도출해 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말과 닮은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여성예상가 이비氏를 응원하는 소박한 마음을 이 자리를 빌어 밝히면서,,,, 그리고, 4월부터 과천경마공원 대부분의 지역에서 금연이 실시되는 것으로 알고 있겠지요?  이 번 기회에 건강을 위해서 담배를 끊거나 줄이시는 것이 어떠하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