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soldie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이 말은 세계 2차대전의 영웅인 미국 군 사령관이었던 더글러스 맥아더가 군을 퇴역하면서 남긴 유명한 명언으로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말이다. 

마판에서 밥을 먹는 경마인의 한 사람으로써 이 글을 떠올리면 문득 생각나는 기수가 과천경마장에 있다. 다름 아닌 과천벌 최고령이자 최고참 기수인 김귀배 기수다. 그의 현재 나이는 만으로 49세(1962. 12.18)로 우리 나이로는 불혹을 한참 넘긴 51세다. 그는 16세의 어린 나이에 정규기수 5기로 1979년 4월 11일자에 기수로 경마장에 데뷔하여 지금껏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기수로 돌아오는 4월 11일이면 만33년 동안을 기수로 생활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그는 맥아더 장군 처럼 죽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고 많은 기승 기회는 없지만, 매주 꾸준히 노장의 열정적인 투혼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그가 2월 2주차 경마주간인 지난 주에 9회에 기승하여 새해 마수걸이 첫 승을 비롯하여 준우승 1회, 3위 3회의 호성적을 거두었다. 그것도 경마전문인이나 경마팬들이 지목한 인기마들이 아닌 비인기마들로 거둔 성적이어서 그 가치가 더욱 빛났고, 노장기수로써 미미한 기승횟수와 저조한 성적으로 평상시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그가 새삼 그의 존재감과 가치를 경마팬들에게 각인시켰던 것이다.

그의 지난 주 성적을 재차 세부적으로 살피면 토요일 1경주에서 출전마 14마리 중에 배당판 인기 순위 11위(단승식 195.4배, 연승식 14.1배)였던 '다링퀸'(21조 임봉춘 조교사)에 기승하여 경주 초중반부 중위권에서 경주를 전개하다가 막판 불꽃같은 투혼을 보여주며 우승마인 김영진 기수의 '사풍독주'를 1과 1/4마신 차이로 위협하면서 준우승을 거두었는데, 이들의 동반 입상으로 지난 주 서울경마 최고의 배당인 쌍식 1,785.1배, 복식 630.2배의 초고배당을 연출하여 이를 적중시킨 고배당 마니아들을 열광케하였고, 이 꿈의 배당을 눈을 뜨고 바라만 보았던 경마팬들은 안타까운 탄식을 해야 했었다. 그리고, 당일 8경주에서는 인기 6위마였던 '해탈'(12조 서범석)에 기승하여 임진년 새해 첫 승 마수걸이에 성공하였는데, 해당 경주 최고 인기마이자 준우승마인 '섬싱굿'과 쌍식 40.5배, 복식 7.2배의 중고배당을 토해냈다. 그리고, 익일인 일요경마에서는 1,2,4경주에서 대체적으로 인기권을 벗어난 마필인 '트리플엑셀'(28조 최상식 조교사), '월드챔프'(13조 이희영 조교사), '챔피언컨셉'(21조 임봉춘 조교사)으로 각각 연승식4.3배, 삼복승75.1배와 연승식 2.2배, 삼복승 12.3배 그리고, 연승식 8.8배, 삼복승 70.0배의 호배당을 그를 마권조합에 가져갔던 경마팬들에게 안겨주었다. 지난 주의 성적만을 보면 올해 봄은 노장 김귀배 기수의 회춘(回春)을 예고하면 어떨까한다!

그가 33년 그 오랜 세월동안 기수로써 거둔 성적을 살펴보면 통산 3,505전의 실전동안 2010년 까지 통산 3,505회 기승하여 290승, 준우승 266회, 3위 326회(승율 8.3%, 복승율 15.9%, 연승율 25.2%)로 지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현역기수들의 평균치 정도 활약을 하고 있는 기수이다. 우리가 흔히 국민기수로 불리는 두 번째 노장인 박태종 기수(1965년생, 만46세)에 비하면 어쩌면 조조지혈의 성적이고, 이 둘을 비교하면 초라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최근 과천벌을 평정하며 한참 뜨고 있는 문세영, 조경호, 최범현, 오경환, 조인권 기수 등 세칭 능력기수들의 그늘에 가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날이 앞으로도 많지 않을 것이다.

더우기 일등과 일류만이 대접받는 대한민국의 풍토와 현실에서 그의 미미한 존재감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만 필자는 한때 잊혀져가는 노장기수였던 그가 2010년 7승과 준우승 6회 그리고, 작년에도 7승에 준우승 12회에 이어 올해는 그 이상의 더욱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그가 지난 주에 거둔 첫 승 마수걸이에 뜨거운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고 싶다.

오랫동안 경마장을 찾으신 경마팬들은 김귀배 기수가 1986년 당대의 명마였던 '포경선'(24조 최연홍 前조교사)에 기승하여 "그랑프리 경마대회"를 거머쥔 것을 기억하고 계실 것이다. 아마 그에게는 기수생활 중에 가장 화려했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그랬던 그가 한동안 그런 시절을 뒤로 한채 거의 존개감이 없는 미미한 기승횟수와 급전직하의 하향세 성적을 보이다가 최근에 세월을 거꾸로 타오르며 회춘(回春)하는 모습에 필자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낀다. 이는 저뿐만 아니라 그 당시부터 그를 알고 있었던 경마팬들이라면 같은 심정일 것으로 생각된다.

평소 내성적이고 말이 없는 온화한 성품을 지닌 그지만  동생 그리고, 자식뻘인 후배기수들과도 잘 융화하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필자는여러 번 목격하였다. 최근에만 해도 지난해 연말에 기수협회가 주관하였던 '불우이웃 돕기 연탄배달 자선행사'와 ,'경마인의 밤 자선행사' 등등에 빠짐없이 참여하여 적극적인 활동을 보여주는 모습에서 그의 다정다감한 인간성을 읽을 수가 있었다.

글 첫 머리에서 언급한 맥아더 장군의 이야기가 다시금 그에게 투영되는 것은 그의 33년 째의 기수생활이 그리 화려하지는 않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경마장 기수생활을 포함하여  내외적으로 성실하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다는 견해이다.

그런 그라면 500승을 전제로 부여되는 영예기수 타이틀도 마사회는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고, 또한 대다수 경마팬들과 경마관계자들도 이에 이의를 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아울러 향후 경마인을 위한 "기수 명예의 전당"이 만들어진다면 기수 중에서는 기수 최초로 700승 돌파의 금자탑을 쌓은 뒤에 지금은 영예기수 1회에서 따온 영예상사란 이름으로 42조 마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명국 조교사와 통산 1,733승을 거두며 새로운 신화를 쌓아가고 있는 세칭 국민기수 박태종 기수와 그리고, 언제까지 기수생활을 할 시즌 모르겠지만, 최장기간 기수생활이 유력한 김귀배 기수가 1호로 동시에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2012년 임진년 새해에도 김귀배 기수가 큰 부상이 없이 좋은 성적을 이어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뜨거운 박수를 거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