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직업상 금, 토, 일요일 이렇게 일주일 삼일간을 하루 종일 경마장에서 지내다보니 경마장에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접촉하고 만나고 있다. 본 글이나 표제는 앞으로 그 중에서 베팅이나 관전을 위해 경마장을 찾는 베터들과 경마팬들을 제외한 경마장의 아웃사이더들을 틈틈히 선별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오늘의 그 두 번째 이야기로 '삥 뜯는 할매'라는 이색적인 제목을 붙여보았지만 실은 제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내용일 수도 있다. 그리고, 할매라는 표현은 그 분을 비하하고자 함이 아닌 필자는 친근한 할머니라는 느낌의 호칭으로 사요와고자하니 여러분의 넓은 이해를 바란다. 그리고, 표제에 삥을 뜯는다는 표현을 썼지만, 이 할매는 한 마디로 경마장을 오가는 경마팬들에게 구걸로 생활을 하시는 분이다. 과천경마장에 출입하는 경마팬들 중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정도로 그 곳에서 구걸 경력이 오래된 분이다. 아마 오늘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에도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분은 금, 토, 일요일 이렇게 삼일동안 경마장 입장 시작 1시간 전쯤에 등에 가방을 메고 어김없이 나타난다. 그리곤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가 경마장 매표소 정문 근처의 고객쉼터 내부에 있는 커피 자동판매기 앞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곤 커피 자동판매기에 1,000원 짜리 지폐나 500원 짜리 동전을 넣고 커피를 뽑고난 후의 나머지 거스름 돈을 구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데, 말을 못하는 벙어라다보니 구걸하는데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알아들을 수가 없는 소리를 크게 지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일부 경마팬들은 그 분에게 핀잔과 더불어 눈쌀을 찌프리기도 한다.

아무튼 그 할매는 거의 하루 종일 그곳을 빙빙 돌면서 평소에 알고 있는 얼굴이 나타나면 반갑게 웃으면서 역시 알아듣기 힘들은 목소리와 몸동작으로 아는 체도 하고 구걸을 한다.  이렇듯 커피 자판기나 편의점 앞에서의 동전 삥 뜯기와 더불어 구걸로 하루를 보낸다. 그런 그 분에게도 원칙이 있는지 자기에게 한 번이라도 핀잔을 주거나 심하게 구걸을 거부한 사람은 용케 알아보고 그런 사람들에게는 구걸도 하지않고 거리를 둔다.  그리고, 물론 초라한 행색으로 입장이 제한될 수도 있겠지만, 경마장에는 전혀 들어가지 않고 그 안에서 고추잠자리처럼 맴돌고 있다가 마지막 경주가 끝나면 경마장 근처의 식당과 포장마차 등을 순회하는 2라운드 구걸에 들어간다.

일부 식당에서나 포장마차에서는 내쫓기는 모습을 보기도 하지만, 아무튼 경마장 정문 근처의 모든 식당과 포장마차를 한 번씩 들리면서 구걸 행각을 계속한다. 그 중에는 돈을 주는 사람도 있지만 음식을 싸주는 사람도 있다보니, 나중에는 음식을 싼 검은 비닐 봉투를 몇 개씩 들고 배회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 분은 경마장 근처에서 오랜 세월을 구걸하는 할매로 워낙 유명세를 타다보니, 그 분에 대한 별의별 소문을 다 있다. 필자가 알음 알음 들은 내용 중에 그 일부를 소개하자면, 비록 구걸을 하지만 아파트 몇 채를 보유한 부자라는 말과 저렇게 구걸하여 기부도 하고 좋은 일을 하고 산다는 이야기 그리고, 저렇게 어머니는 구걸하는데 그 분의 아들은 고급승용차인 '벤츠'를 몰고 다닌다는 소문 등이다. 또 이런 이야기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원래는 벙어리가 아닌데, 구걸을 위해서 벙어리 행세를 한다는 것이다.

상기 언급한 내용 중에 필자가 알거나 확인한 이야기는 아무 것도 없다. 다만, 확실히 말할 수가 있는 것은 벙어리 행세를 하는 것이 아니라 벙어리인 것만은 확실하고, 경마가 열리는 금, 토,일요일을 제외한 평일에는 지하철 그것도 과천경마장과 연계된 4호선을 위주로 구걸을 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도 평일에 지하철에서 그 분을 보았고, 그 분은 아는 얼굴을 만났다고 알아들을 수가 없는 목소리로 아는 체를 한 일이 있엇고, 다른 사람들도 그런 경험이 있다는 이야기를 몇 번 들었다. 더러는 그 분이 너무 반갑게 아는 체를 해서 당혹스러웠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무튼 그 분에게는 금, 토, 일요일 이렇게 과천경마장과 그 근처의 식당과 포장마차들은 삶의 터전이고 직장인 셈이다. 그리고, 경마가 안 열리는 날에는 지하철로 무대가 바뀌는 셈이다.

그러면 경마장을 찾는 경마팬들과 베터들은 어떤신가! 이분처럼 경마장이 삶의 터전이고 직장인 것처럼 경마장에서 수익을 올리고 그 돈으로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더불어 경마가 안 열리는 날에 자신의 삶의 터전과 직장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경마팬들은 얼마나 될까? 

필자 역시 경마장을 주무대로 책을 만들고 관련 글을 쓰고, 그리고 예상을 통하여 생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경마장을 긴 세월을 출입하면서 수많은 분들이 경마로 인해 무너져 가는 모습을 수없이 그리고, 수많은 세월을 지켜보았기에 때때로는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이 들때가 허다하다.  때로는 그 '삥 뜯는 할매' 보다 더 안타깝고 안스러운 광경을 자주 보게 되는 곳이 경마장의 풍경이라는 사실에 여러분도 동의하시는 지를 묻고자 한다.

부디 여러분은 꼭 이기는 경마를 하시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