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을 가르는 제주특급 - 전현준 기수

제주경마장은 1991년 4월 20일 개장하였으니, 올해로 만22년을 조금 넘긴 역사를 갖고 있다, 제주경마장은 '더러브렛' 종자의 경주마로 경주가 치루어지는 서울 경마장과 부산경마장과는 달리 재래종 마필인 제주마 경주와 '더러브렛' 종자와 교배시킨 개량종 마필인 한라마 경주로 구분하여 실시하고 있다.

최근 제주경마장은 올해 3월부터 박훈 기수를 필두로 수 명의 기수들과 조교사 그리고, 경마관련자들이 경마비위혐의로 수사기관에 입건되면서 그 파장의 여파가 어디까지 갈 것이냐에 대해서 경마인들과 팬들 사이에서는 연일 술렁거리는 분위기가 계속되었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제주경마장 개장 이후에 최대 비위사건이 터진 것인데, 그동안 제주경마을 사랑하였고 즐겨왔던 팬들로써는 심한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아직 정확한 수사결과가 공표되지 않은 사건이기에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지를 미리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이제는 사태가 더 이상 확대나 파급없이 서서히 수습되어 가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은 이렇듯 최근에 말도 많고 경마팬들에게 관심이 집중된 제주경마장 소속의 기수 한 명을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한다. 다름아닌 작년과 재작년 제주경마장 MVP기수로 선정되었던 전현준 기수가 바로 그다. 그는 1987년 9월 20일생으로 만 25세로 젊음과 패기로 똘똘 뭉친 기수로 2005년 5월 4일 제주경마장와 기승게약을 맺고 경주로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기수다. 현재 그와 함께 활약하고 있는 동기들로는 강성, 곽용남, 권동석, 김영수, 김정일, 김주희, 나유나, 심광선, 윤도선, 이현섭, 황태선 기수 등 본인 포함해 12명이다. 제주경마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수가 총 38명으로 그 중에서 12명이라는 숫자는 한 마디로 이들이 제주경마장의 대세를 이루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핵심그룹이라고 본다. 필자는 그 핵심그룹의 중심에 위치에 있는 기수로 주저없이 전현준 기수를 꼽고자 한다. 물론 아직도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고참 능력기수들인 김용섭 기수(45세), 문성호 기수(40세), 김이랑 기수(38세), 정명일 기수(38세), 김경훈 기수(36세), 문성호 기수(35세) 등도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후배기수인 전현준 기수에 버금가는 활약을 아직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성실함과 패기로 무장한 그의 가파른 상승세에 제동을 걸기는 다소 힘이 겨워 보인다.

그는 7년여의 기수생활을 통하여 통산 2421전의 실전을 치루면서 321승, 준우승 284회, 3위 312회의 성적을 거두어 승율은 13.3%, 복승율 25.0%, 연승율 37.9%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1년 동안의 성적은 통산 성적을 휠씬 상회하는 수치로 승율이 18.0%, 복승율이 29.4%, 연승율은 41.2%로 더욱 가파른 상승세의 기량과 기승술을 객관적인 성적과 수치을 통하여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그가 서울 경마장에서 최고의 할약을 하고 있는 문세영 기수와 여러 면에서 닮았다고 본다. 우선 그는 필자가 기승술의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스타트 능력이 출중하다. 그리고, 안정고 낮은 기승자세와 유연한 말몰이와 더불어 경주 중에 빠른 상황판단과 변수에 대한 임기응변에도 상당히 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의 기승술의 별미는 대부분의 경주에서 경주마의 힘을 남기지 않고 결승선까지 다부지게 몰아부치는 막판 스퍼트 능력이 압권이다. 그리고, 그는 선행마, 선입마, 추입마 등 마필들의 주행습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그에 맞게 적절하게 작전을 구사할 줄 아는 기수라는 점이다. 한 마디로 그는 제주경마에 관한한 최고의 특급기승술을 보유한 전천후 기수라는 생각이다.

물론 그에게도 약점이나 단점들도 있다고 본다. 실례를 들면 지난 주에 있었던 "제주마주협회장배 대상경주"에서 '기운센'이라는 마필에 기승하여 스타트 과정에서 빠른 순발력으로 이미 선행에 나선 선행형 마필인 '백록비천'을 무리하게 넘어서는 과정에서 힘 안배에 실패하면서 선두권에서 경합했던 두 마리 모두가 동반 몰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그의 지나친 승부욕과 과도한 자신감을 보여준 것으로 나름대로는 상대마와 상대들의 허를 찌르는 임기응변식 기승술이었다고 본다. 물론 그런 식으로 상대의 예상이나 추축을 벗어난 허를 찌르는 작전구사가 때로는 좋은 결과를 보여주는 경우도 적지는 않지만, 그 날 그 경주는 그것이 자충수가 되어 돌아온 것으로 필자는 판단한다. 그런 면도 문세영 기수와 너무 닮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한마디로 그는 때로는 도를 넘는 강한 승부욕과 자신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 과감한 작전구사는 때로는 좋지 않는 결과를 연출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닌 진검승부를 원하는 대다수의 선량한 경마팬들에게는 부정적인 모습만은 아니라고 본다. 아무튼 그는 기본적인 기승술도 출중하지만, 그렇게 오기와 패기로 똘똘 뭉친 모습이 더욱 값져 보이기에 그를 제주경마장의 미래를 짊어질 빛나는 별로 주목하고자 한다.

서울경마장에 문세영, 조경호, 박태종 기수와 부산경마장에 김용근, 조성곤 기수라는 특급기수가 있다면 제주경마장에는 전현준 기수라는 '제주특급'이 있다는 것을 이 자리를 빌어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하며, 그가 작년에는 잦은 부상으로 결장한 시간이 많았는데, 올해는 큰 부상없이 좋은 기량과 성적을 경마팬들에 마음껏 보여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렇게 한다면 작년, 재작년에 이어 올해 3년 연속 제주경마장 MVP기수로 선정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