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창기 조교사님, 무엇이 그리 바쁘십니까?

무엇이 그리 바쁘시더이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라 하던데 어이 그리 바쁘게 가시더이까?

100년만의 한파라는 그 모진 겨울마져 그리도 잘 버티시더니

개나리, 진달래도 가는 세월에 지쳐 어쩔 수 없이 슬그머니 고개를 숙이더니

당신도 함께 고개를 숙이면서 어이해 그들을 함께 따라가십니까?

붉은 장미꽃 화들짝 당신 곁에서 웃을 날들이 저만큼 다가오는데...

투박한 장독안에서 오고 가는 세찬 바람에 은근슬쩍 흔들리면서 그리고,

때로는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매몰찬 빗물과 차가운 눈발에 하염없이 젖어가면서도

시간과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더 은은하고 맛깔스런 내음과 맛을 풍기는 장맛과 젖깔을 닮은 그대.

하지만, 그래도 항상 씩씩하던 그대였기에 그리도 그대를 괴롭히던 병마를 훌훌 탈고 이겨내면서

힘차게 일어나서 언제 그랬냐는듯이 수줍고도 환한 미소로 일어서며 우리곁에 다시 다가설 줄 알았는데...

개인적으로 그대와 함께한 소중한 추억이나 잦은 만남도 없었고,

그저 묵묵히 20여년 넘게 경마인의 한 사람으로써 그대를 지켜본 입장뿐이었지만

그대의 돌연한 퇴장과 떠남이라는 소식을 접한 이 순간 만감이 교차하더이다.

그대를 앞으로는 경마판에서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너무도 안타깝고,

아니, 옆에서 아무 힘 없이 지켜보아야 하는 이 인생과 이 삶이 오늘은 왠지 너무나도 서럽습니다!

천.창.기.조교사님 고이 고이 영면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